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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포청천. 푸른 하늘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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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9-04-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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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 복불복 판결…. 법원이 사람들의 믿음을 잃고 있습니다. 판사들의 비정삭적 치부(致富)가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떠올립니다. 999년 태어난 포청천(包靑天)!

포청천은 중국에서는 포공(包公)으로 불리는데, 청천(靑天)은 호이고 성명은 바오정, 한자어로는 포증(包拯)입니다. 검은 얼굴에 이마의 초승달 모양 흉터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초상화들을 보면 평범한 얼굴이며, 지금 포청천의 이미지는 후대에 각색된 것으로 보입니다.

청천은 북송(北宋)의 감찰 부서에서 왕의 인척 환관 등 권력자들이 백성을 함부로 괴롭히지 못하도록 탄핵하면서 이름을 날렸고,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이 하소연할 수 있는 ‘신문고’를 만들었습니다. 개봉부윤으로 재직할 때에는 용작두, 호작두, 개작두로 사형을 집행토록 결정했는데 사사로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용작두는 황족과 왕족, 호작두는 관리와 귀족, 개작두는 일반 평민과 천인에게 적용하던 사형기구였습니다.

청천은 판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해서는 행정관이었습니다. 개봉부윤이라는 자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시장에 해당합니다. 청천은 백성의 부당한 세금을 없애줬고 마적과 도적을 소탕하기도 했으며 거란과 협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청천이 공명정대한 판결의 대명사가 됐고, ‘판관 포청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그만큼 공정한 판결이 사람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핵심이라는 증거가 아닐까요?

청천의 판결은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법의 여신’ 디케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 사적 감정, 얕은 신념에서 벗어나서 균형감 있게 판결해서 엄정하게 집행하라는 뜻일 겁니다. 포청천은 디케의 환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공평하고 엄정했습니다.

청천은 스스로 모범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조카를 처벌하기도 했고, 임종 전 “자손이 공직 중에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뇌물이나 청탁은 일체 받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청빈한 관리의 표상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포청천의 과학적 수사에 찬탄하지만, 정의로운 판결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청천은 어렸을 때 하인이 아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습니다. 과거에 급제해서 공무원을 하다가 연로한 부모를 모시기 위해서 그만 뒀습니다. 아들이 20세에 요절하자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며느리에게 재혼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기성세대라면 가슴이 포근해야 하고,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겸허함과 실수를 피하려는 두려움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만하면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늘 실수하게 돼 있습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실수의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요. 누군가의 삶을 파멸로 이끌고도, 무감각하면 최악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청천(靑天), 즉 푸른 하늘 같이 시원한 판결(결정)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자아도취’ 빠져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우매한 결정을 거듭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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